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선점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CAR-NK 세포 치료제 시장에 이르면 내년 중 국산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의 CAR-T 치료제 안발셀(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이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큐로셀이 올해 3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안발셀은 임상 2상에서 유효성 분석 대상자 73명 중 투여 후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관해비율(CRR)이 67.1%로 확인됐다. 일차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ORR)은 75.3%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안발셀은 현재 식약처의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제도,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GIFT), 보건복지부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 대상 약제로 선정돼 내년 중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품목허가 유효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며, 허가 신청 시 수수료가 감면된다. 독점적인 자료 보호 기간도 기존 4~6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품목허가증이 안전성, 유효성 검토 결과서로 대체되는 등 급여 평가를 위한 서류 제출 역시 간소화된다.
HLB이노베이션은 인수합병(M&A) 전략으로 CAR-T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섰다. 최근 미국의 CAR-T 치료제 전문 개발 기업 베리스모 테라퓨틱스(Verismo Therapeutics)의 지분을 100% 확보했다. 베리스모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티사젠렉류셀)를 개발한 펜실베니아대학의 연구진들이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베리스모는 앞서 10월 미국 콜로라도 혈액암 연구소(CBCI)의 사라 캐논 연구소에서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제 SynKIR-310의 1상 임상 시험(CELESTIAL-301)을 시작했다. SynKIR-310은 베리스모의 자체 KIR-CAR 플랫폼 및 CD19 바인더(DS191)가 적용됐다. 기존 CAR-T 치료제들의 한계로 지적되는 T세포 효과의 장기 지속성 하락 문제 극복이 베리스모의 목표다.
지씨셀은 CAR-T의 대항마로 꼽히는 CAR-NK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체내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NK(동종유래 자연살해세포)세포에 종양을 표적하는 CAR를 장착하는 세포치료제로, 기본 원리는 CAR-T와 동일하다. 하지만 CAR-NK는 기성품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환자 개인별 생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CAR-T보다 접근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씨셀의 CAR-NK 치료제 후보물질 GCC2005는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우수 신약개발지원 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GCC2005는 CAR과 인터루킨-15를 공동 발현해 기존 NK세포의 짧은 지속성을 개선했다.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지씨셀은 앞으로 15개월 동안 최대 9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박셀바이오는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한 CAR-NK 치료제 연구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최근 바이오디자인랩, 삼성서울병원 등과 공동개발 업무계약을 체결했다. 박셀바이오는 3세대 NK세포를 제공하고, 연구와 임상시험 등 CAR-NK 개발 전 과정의 업무를 총괄할 계획이다. 바이오디자인랩은 CAR-NK 핵심 기술인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독자적으로 설계 및 제작해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면역치료제 시장은 2559억 달러(374조4072억 원)를 기록했다. 향후 6년간 연평균 15.3%의 증가세로 2029년에는 5806억 달러(849조4758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 허가된 CAR-T 치료제는 1회 약 3억6000만 원에 달하는 킴리아뿐이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까지 킴리아를 비롯해 BMS 아베크마·브레얀지, 존슨앤드존슨 카빅티, 길리어드 테카르투스·예스카타 등 6개의 CAR-T 치료제를 허가했다. CAR-NK는 아직 국내외 시장에서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이 후발주자인 만큼, 이미 상업화한 CAR-T 치료제가 보이는 효과성 이슈, 부작용, 높은 비용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