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자산 효율화 나서
"내년에도 감소할 가능성 높아"
국내 시중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 점포를 폐쇄해 운영비를 줄이고 자기자본 증가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개선된 모습이다. 향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은행권이 자산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용 고정자산 비중을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9.42%로 전년 동기(10.07%) 대비 0.65%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실시한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업무용 고정자산은 건물이나 토지 등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없는 비수익 자산이다. 업무용 고정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이 많지 않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지난해 같은 기간(8.36%) 보다 0.29%p 하락한 8.07%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8.59%→8.39%) △우리은행(10.11%→9.46%) △신한은행(13.20%→11.74%)이 뒤를 이었다.
은행들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이 잇따라 내려간 이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 점포를 폐쇄하는 등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세금과 관리비 등 유지비 부담을 줄여 자금 유동성에 숨통을 틔우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지점 및 출장소) 수는 올해 상반기 2817개로 2021년 말(3079개) 대비 262개 감소했다.
최근 늘어난 자기자본도 업무용 고정자산비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 3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조9701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0.04%p 올라 11.06%를 나타냈다. 이자수익 자산도 계속 증가하며 4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누적 이자이익은 25조667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1700억 원)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도 14.94%로 작년 동기(14.76%)에 견줘 0.18%p 상승했다.
향후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업무용 고정자산 비율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 기조와 금리하락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환율·고물가 현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는 데다 한계 기업 증가 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어 은행의 유동성 확보는 특히 절실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금융권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경영 여건도 좋지 않다”며 “점포 통폐합 등을 통해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을 낮추고 운용 가능한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