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뉴스, 아이들 반복 노출 막아주세요”

입력 2024-12-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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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주의 당부…“어른들도 충격 주의, 애도 자세 필요”

▲우원식 국회의장이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우원식 국회의장이 30일 전남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소식을 아이들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접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의료 전문가들이 당부했다. 성인들 역시 다양한 애도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30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을 향한 위로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할 것을 강조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학회는 “방송에 노출되는 많은 사고 장면과 이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은, 아직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여 소화하기 위한 뇌의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자극이 될 수 있다”라며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이라면 과도한 상상과 감정의 자극으로 수면, 식사 습관의 이상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른들의 필요로 인해 무심코 틀어진 화면이나 방송의 내용이 아이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른들의 시선 밖에서 아이들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노출될 수도 있다”라며 “과도하거나 잘못된 정보의 노출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당부했다.

참사를 다룬 화면과 글에 아이가 이미 노출됐다면, 최대한 노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해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

학회는 “아이마다, 발달 상태에 따라 충격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라며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충격과 공포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당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악몽이나 공포증 등으로 뒤늦게 후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으므로 어른들은 세심히 관찰하면서 아이가 추가적인 고통에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아이들과 대화에 대해 학회는 “아이들이 질문할 경우, 이를 막지 말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자세로,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 대답해 주실 수 있는 선에서 간단히 알려줘야 한다”라며 “아이들에게 일상 안에서 가능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규칙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고, 어떤 감정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또한 “다만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해 사건에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학회는 성인들 역시 충격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당분간 마음 건강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재난,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를 접하게 되면 어른들의 뇌 역시 이 충격을 소화하기 매우 어렵다”라며 “소중한 생명이 이렇게 일시에 많이 희생된 상황에서는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와 관련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많은 국민이 이차적인 충격과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모두의 애도는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형태로 애도하며 충격을 소화하는 반응에 대해 비난과 지적을 하며 다툼이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학회는 “이런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주변을 돌아보고 도우며 함께해야 할 이 시기에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나친 세부 내용의 노출과 반복, 또는 명백히 잘못된 형태로 희생자와 관련인들을 괴롭히거나 문제의 해결을 막는 형태가 아니라면, 이 비탄의 시기에 다양한 애도의 형태가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학회는 “어른들 역시 자신이 고통을 해결하고 있는 방식을 잘 살펴보고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라며 “최대한 일상생활이 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되, 충격과 고통을 다루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런 모습이 아이들에게 이차적인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부는 다음 달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으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전국 17개 시도마다 최소 1곳 이상 설치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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