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유명 디자이너 협업제품 인기…출시마다 품절
전문가 “비용절감·높은 만족도 추구하는 불황형 소비”
![▲듀프 소비 주요 사례 유니클로, 무신사 스탠다드, 월마트 워킨백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10183928_2135073_1199_410.jpg)
소비 불황 속 의류비 지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저렴한 값에 만족도가 높은 ‘듀프 소비’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듀프 소비란 영어 단어 ‘Duplication(복제품)’에서 따온 말로, 명품 등 고가 브랜드 대신 저렴하고 디자인이 비슷한 대체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흔히 특정 브랜드의 로고까지 베낀 ‘짝퉁’과는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10일 유통ㆍ의류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여성용 핸드백 일명 ‘워킨백(월마트+버킨백)’이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 디자인을 빼닮은 이 가방의 가격은 78달러(한화 약 11만 원) 수준이다. 기존 제품이 모델에 따라 최고 수 천만 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저렴한 가격에 명품 브랜드 스타일의 가방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제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매 인증이 이어지는 등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실속을 중시하는 듀프 소비족이 늘면서 인기 브랜드 제품과 디자인은 비슷하면서도 ‘저렴이 버전’의 옷들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무신사의 자체 제조유통일원화(SPA) 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가 출시한 ‘릴렉스드 워시드 포플린 셔츠’는 이른바 무터리(무신사+포터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남성복 브랜드 포터리의 주력 제품인 ‘컴포트 셔츠’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이나 가격은 10분의 1 가량인 1만9800원에 불과하다.
유니클로도 해외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며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의 JW앤더슨부터 르메르, 질샌더 등과 협업한 컬렉션들이 있다. 이 제품들은 출시 때마다 화제를 모으며 빠르게 품절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셔츠나 후드집업도 3~4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지난달 10일 출시한 JW앤더슨 협업 컬렉션 제품 역시 출시 당일 완판됐다. ‘멀티포켓숄더백’도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유명 브랜드 요시다 포터의 가방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저렴하게 출시돼 ‘포터맛 가방’, ‘유니포터’ 등의 이름으로 퍼져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얹어 판매되기도 했다. 품절 후에도 해당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자 유니클로는 두 차례에 걸쳐 재입고에 나섰다.
이처럼 패션업계에서 듀프 제품들이 각광 받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선호하는 브랜드나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 것을 뛰어 넘어 듀프 소비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이른바 ‘힙한 소비’ 열풍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듀프 소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비용을 아끼면서도 높은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자 심리에 따른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고물가나 불황에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다만 “단발성 대체품보다는 자체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업계의 중장기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