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내수부진·가격저항 탓에 가격 인상도 어려워”
한세실업 등 ODM·OEM사, 환차익 통해 단기적 수혜 전망
12·3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국내 패션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의류를 생산, 국내로 소싱하는 패션업계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늘어난 비용에도 내수 부진과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문제로 가격 인상도 여의치 않다.
반면 패션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환차익을 얻어 수혜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8.6원 내린 1444.3원에 마감했다. 이날 1453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 소식이 전해지며 빠르게 낙폭을 키웠지만,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강세에 환율이 오르자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의류를 준비 중인 국내 패션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패션업체 대부분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국 등에서 의류를 생산해 소싱하는데, 원부자재와 생산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라 환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봄·여름(SS) 시즌 의류는 이미 주문과 결제가 완료됐지만, FW 의류의 경우 이제 막 생산이 들어가는 시기라 문제가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봄·여름 옷보다 FW 시즌 옷의 단가가 더 비싼 만큼 환율에 따른 손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패딩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동안 패딩 충전재로 사용되는 오리·거위털은 약 20~30% 증가했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 카드를 통해 돌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의류비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의류비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1로 2021년 1월(90) 이후 4년 만에 최저치 기록했다. 명품 같은 고가 브랜드와 달리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소지자들의 가격 저항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환율이 크게 오르면 해외에서 생산하는 자체브랜드의 경우 원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적정한 가격대 이상으로 옷값을 올리면 소비자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 물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거나 국내 부자재 사용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세실업 등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 ODM·OEM 업체들은 강달러 상황이 오히려 반가운 상황이다. 생산 공장이 비달러권에 있을 경우 현지 화폐로 생산 비용을 지불하고 수출 시엔 달러로 받아 달러 강세 시에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 OEM 업체 관계자는 “공장이 있는 국가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생산 공장 현지에서 결제되는 화폐 대비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