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보 본격화…커지는 존재감
‘통합’ 강조로 당내 입지 넓히기
야권의 대권 잠룡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하며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7일 김 전 지사는 자동 탈당 3년 7개월 만에 민주당으로부터 복당 승인을 받았다. 복당 직후 김 전 지사가 향한 곳은 부산이다. 그는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정기총회에서 ‘통합’과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특강을 하며 본격적 정치 행보를 알렸다.
최근 이재명 대표에 쓴소리를 하며 비명(비이재명)계 사이 구심점 역할을 한단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서 야당 내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과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동으로 탈당 처리됐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 7명에 대한 복당이 보고됐는데, 거기에 김 전 지사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김 전 지사도 민주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됐다.
김 전 지사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고 가슴이 뛴다”며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우리 당이 ‘더 큰 민주당’으로 가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당 직후 그가 달려간 곳은 부산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 정기총회다. 그는 비명계 중에서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힌다. 김 전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로 함께 향했던 ‘마지막 비서관’이자, 2017년 대선 당시 수행팀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친노·친문 진영에 기반을 둔 비명계 내에선 그가 나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조기 귀국한 김 전 지사가 이 대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뼈 있는 말’을 해온 점도 그의 존재감이 확 드러난 계기가 됐다.
김 전 지사는 얼마 전 열렸던 비명계 주축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LAB’의 심포지엄에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췄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재명 일극체제’를 겨냥해 “민주당은 태생에서부터 민주적인 국민 정당으로 출발했고 지금까지 전통과 역사를 이어왔다”며 “만약 그런 점에서 우리 민주당이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극복하고 가야 한다”고 거듭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 전 지사가 제시한 대선 승리의 길은 ‘통합’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당에 가장 필요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당내 역할을 찾아가겠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똘똘 뭉친’ 민주당만으로 차기 대선을 치를 게 아니라 민주당을 키우고, 당에 실망했던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며 “이들의 상처를 서로 보듬고 끌어안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탄핵 국면에선 ‘합리적 보수’와도 함께 해 광범위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야권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 중에서도 계엄과 내란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안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합’을 위한 당내 역할론과 관련해 이날 본지에 “민주당이 그동안 여러 선거도 거치고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 등에서 당원들이나 지지자 사이 서로 간 쌓인 상처가 대단히 많다”며 “그런 상처를 풀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아직 탄핵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 도전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들어간 만큼 정치권에선 야권 내 견고한 ‘일극체제’에 비집을 틈이 생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는 본인이 조기대선 모드로 전환했다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당이 어디로 가야 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우리 당에 가장 도움이 될지는 여러 사람들과 상의하는 과정에 제게 요구가 있으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미 김 전 지사를 향한 견제 혹은 지지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비명계의 행보를 두고 “이 대표에게 훈장질하듯 ‘야, 이재명. 제가 못나서 지난 대선에서 진 거야’ 이런 소리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김 전 지사를 향해선 “지금 국면에선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지도자 행세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최근 김 전 지사 등 비명계가 쓴소리를 내는 데 대해 “탄핵이 인용된 상황도 아니고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또 다른 비명계인 고민정 의원은 “국회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은 이 대표이고, 때로는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그러나 비판하기만 하면 ‘수박’이라는 멸시와 조롱을 하는 현상이 끊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