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가스 수입해 대미 무역수지 균형 도모
미 공화당 의원 "한국, 알래스카산 LNG 도입한다면 미국 군함 호위 받게 될 것"
한국도 사업 참여 방안 검토…쇄빙선·송유선 건설 등 기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상호관세에 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관세는 좋다, 사실 관세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미국)/UPI연합뉴스 )](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4151124_2136839_1200_800.jpeg)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통상 압박 완화를 위해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검토 중인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일본은 이미 해당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며 트럼프발 통상 압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가스 합작 사업을 논의한다.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로 트럼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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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하며,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 달러(약 64조 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그간 북극해 인근이라는 지역 특성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과 사업성 문제로 민간 기업이 빠져나가는 등 오랜 기간 진척이 없다가 이번 정부 들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방탄 조끼를 착용하는 것과 같다.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 총구'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 탓에 세계 각국은 미국산 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09182651_2134589_560_373.jpg)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이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사업성 논란에도 개발 단계부터 투자해 '입도선매' 방식으로 장기 구매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위한 현실적 해법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 역시 에너지 수입 확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줄어들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해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정부가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당)은 최근 "우리의 아시아 동맹인 일본, 한국, 대만이 카타르에서 가스 도입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것이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일본, 한국, 대만이 알래스카산 LNG를 도입한다면 내가 장담하건대 미국 군함의 호위를 받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등의 미국산 LNG 관련 협력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과 대만 등에 알래스카산 LNG를 수출함으로써 무역적자를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무역적자 감축 노력에 부응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광양 LNG터미널 전경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https://img.etoday.co.kr/pto_db/2024/07/20240709091554_2048540_1200_741.png)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에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는 미국의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데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한국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서 2021년 18.5%까지 급상승했지만, 2022년부터는 미국 비중이 고점 대비 다소 하락해 지난해 12.2%까지 내려와 미국산 비중 확대 여지가 충분하다.
세계 3위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중동산 도입 물량 일부를 미국산으로 돌리는 선에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꾀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공공 차원에서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액화 터미널과 송유관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때 철강·건설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이 이뤄지려면 수요처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만으로는 부족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볼 것"이라며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능력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이 더 직접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