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한투증권, 올들어 잇단 수주
수수료 수입 건당 수억 그치지만
IB수익 연결땐 1000억대로 껑충
NH證 선두로 후발주자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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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공개매수 딜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기업금융(IB) 전반의 수익으로 이어질 기회로 주목받으면서다. NH투자증권이 독보적 입지를 쌓고 있는 가운데 후발 경쟁자들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주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올해 들어 새롭게 공개매수를 주관한다고 밝혔다.공개매수란 불특정 주주들에게 주식 매수 기간·가격·수량 등을 미리 알려주고, 장외에서 매수하는 일로 주로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광ILI가 자회사 대유 주식 130만4347만주(30억 원) 규모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를 주관한다. 공개매수 기간은 14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다. 조광ILI의 대유 보유지분 규모는 22.05%(544만9641주)에서 27.33%(675만3988주)로 늘어날 예정이다. 대유는 전 대표의 배임 혐의로 거래정지 상태다. 최대주주인 조광ILI가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 직전 개인투자자에게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연속 공개매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NH투자증권은 올해 공개매수 첫 딜 수주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메카코리아가 잉글우드랩에 대해 진행하는 218만5466주(219억 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맡았다. 공개매수 목적은 잉글우드랩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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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공개매수를 주관하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거래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3억 원, NH투자증권은 2억2000만 원이다.
공개매수 규모가 커지면 수수료 수익은 더 커진다. 최근 경영권 갈등으로 고려아연 지분 경쟁을 벌였던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풍·MBK 연합(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2조50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주관수수료로 33억 원을 낼 것이라고 공시했다. 주관사 NH투자증권이 고스란히 해당 수수료 수익을 버는 셈이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를 주관한 미래에셋·KB증권도 총 32억 원이 넘는 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분쟁 과정에서 영풍정밀 지분 공개매수를 맡았던 하나증권과 KB증권도 각 1~2억 원 수수료 수익을 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공개매수 딜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기업금융(IB) 전반 서비스로 확장할 기회라서다. 수수료 수익은 보통 수억 원에서 많아도 수십억 원대에 그치지만, 해당 딜을 시작으로 인수·합병(M&A) 주관이나 인수금융·상장폐지·지배구조 개편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2023년 오스템임플란트의 인수금융, 공개매수,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패키지딜을 진행하면서 백억 원대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주관을 맡으면서 얻은 수수료, 차입금 이자 수익이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매수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잠재력도 크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해 공개매수 건은 26건으로 전년(19건) 대비 7건 늘었다. 2021년(12건), 2022년(7건)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현재 사모펀드 주도의 상장폐지가 늘면서 공개매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기업의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공개매수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추진되는 분위기 속에서 관련 시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선점을 둘러싼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잇달아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절반을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대형 경쟁사들이 온라인 청약 시스템 도입, 관련 자문, 상장폐지 업무를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장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한정적인 증권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공개매수 딜 수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