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조 단위 유상증자 둘러싼 지배력 강화…기존 주주는 '화들짝'

입력 2025-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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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3조 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등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방산 호황과 함께 ‘실적 잭팟’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긍정적인 시선이 나올 법도 하지만, 몰아치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사실상 여유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고, 신규 투자에는 일반 투자자에 손 벌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론 한화(-12.53%), 한화시스템(-6.19%), 한화3우B(-9.59%), 한화오션(-2.27%), 한화솔루션(-5.78%) 등 한화그룹 주가가 동반 급락 마감했다. 이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보다 13% 하락한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하락 폭이 유독 컸다. 기습 발표한 유상증자의 영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약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역대 국내 유상증자 중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3% 넘게 올랐다. 연초 35만 원도 안 하던 주가는 지난 18일 고점 78만 원까지 뛰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유럽 안보를 개별국 책임으로 돌리면서 유럽의 군비 증강은 가속했다.

기업으로서 유상증자는 회사채 발행, 은행 대출, 현금 활용 등 여타 자금조달 수단 대비 선호하는 방식이다. 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 평가, 이자 비용 등을 지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주 입장에서는 악재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발행 예정가는 60만5000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희석률은 13%에 달한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국내외 방산 및 조선 부문 투자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해외 지상 방산, 조선해양, 해양 방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방산에 1조6000억 원, 국내 방산에 9000억 원, 해외 조선 부문에 8000억 원, 무인기 엔진 부문에 3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발표 이후 증권가 안팎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무리 신사업 투자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기업 실적이 양호한 상황에서 굳이 대규모 유상증자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기업들은 높은 신용등급 평가를 바탕으로 사채 발행에 나설 때 시장의 우호적 투자심리를 바탕으로 금리 수준을 낮출 수 있어 이자 부담 하락 효과가 있다. 오히려 유상증자보다 사채발행이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 원과 이후의 꾸준한 이익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도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투자규모임에도 대규모 유상증자 방식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아쉬울 대목”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 13일 이뤄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다. 이번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연결 기준 기존 34.7%에서 42.0%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 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3년 2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한 바 있다. 방산 중간 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열사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다.

문제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1조3000억 원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회사 여유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사고, 초대형 유상증자 자금은 주주들에게 손 벌리는 행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전체 주주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로 한화 그룹주 주가가 최근 호실적 속에서 급등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장가가 많이 올라서 공개매입으로 지분비율을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가 가장 손쉬운 방편”이라고 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한화 3남이 최대주주인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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