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8대 때부터 정치개혁 차원에서 국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국회에 대한 개혁요구가 있을 때 목소리는 더욱 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세비를 반납하자며 꾸준히 ‘세비반납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그 주인공으로, 의원들 사이에선 ‘무노동 무임금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특위 위원장’으로서 지난 9일 활동을 마감한 뒤 특위가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 매달 600만원씩 지급받은 활동비 9000만원을 전액 사무처에 반납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위해 작년 7월 특위가 출범했으나 두 차례 회의를 끝으로 성과 없이 활동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심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조사 범위를 두고 견해차가 워낙 커 회의를 열지 못했다”며 “다만 특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초선 때인 2000년 국회가 장기간 개원하지 못하자 소신에 따라 첫 세비를 고성산불에 기부한바 있다. 18대 국회에선 야당의 반대로 국회가 장기간 열리지 않게 되자 새누리당 의원 28명과 함께 첫 달 세비 전액을 사회복지기관에 기증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가 열리지 못하자 세비반납운동을 주도해 새누리당 의원 150명이 첫 세비를 반납한 적이 있다.
특히 심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무조건 지급해 온 특위활동비를 회의가 열리는 것과 비례해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과 함께 내주 중 공동발의키로 한 것이다.
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위 활동비를 무조건 받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한 만큼만 돈을 받자는 취지”라며 “앞으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입각한 의정활동을 위해 세비반납 운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 의원은 19대 국회 세비 인상분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매달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