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일단위 모니터링 나서며 리스크 관리 나서
‘원·달러 환율 1500원 대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이 초비상에 걸렸다. 과거 1500원 대 돌파 때와 달리 글로벌 경제 충격이 없는 가운데 고환율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정치리스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지주사들은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의 올해 목표치 13%대가 위협받자 비상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분간 환율 발작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대를 돌파할 경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약 19조 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 값이 10원 하락할 시 5대 금융의 위험가중자산 1조9800억 원 가량이 증가(3분기 기준)할 것으로 추산된 것을 고려한 수치다.
다만 이 추정치는 단순 계산에 따른 것으로 실제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환율 외에도 외화 자산 및 부채 규모 변동, 금리 변동,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금융지주사들은 설명했다.
문제는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건전성 지표인 CET1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0.6bp(1bp=0.01%포인트(p))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금융지주사별 CET1 비율은 △KB금융 13.85% △하나금융 13.17% △신한금융 13.13% △우리금융 11.96% 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대를 넘어갈 시 이들 지주사의 CET-1 비율은 3분기 말 대비 약 0.24%p 하락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KB금융 13.61% △하나금융 12.93% △신한금융 12.89% △우리금융 11.72%가 된다. 이 경우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CET-1 비율 권고치(12%)를 하회하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단순히 환율 변동으로만 자본건전성 등이 악화된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환율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유관부서들이 일 단위로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 각종 시장지표 모니터링 등에 한창이다. 특히, 헤지회계 적용을 통해 자산과 부채 평가 방식을 일치시키면서 환 노출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외화 부채 등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선물환이나 외환스와프 등을 통해 부채 항목에 환율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한 환율변동은 고객 자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자산 쪽에서도 문제 없는지 일·주단위로 모니터링하고 고객과 현장 직원들에게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