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불안 금융 위험도 관리
"보증기관들로 리스크 이전 우려"
주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환율 상승 등 위험 신호가 커지자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보증부대출 취급을 늘리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은행의 보증부대출 잔액은 290조2894억 원으로 전년 동기(286조1460억 원) 대비 1.45% 증가했다. 전체 대출액(1579조6717억 원)에서 보증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은행 대출 5건 중 1건은 보증부대출이다.
보증부대출은 잔액은 2022년 9월 299조4889억 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감소해 지난해 1분기 285조3011억 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보증부대출은 부동산 등 물적 담보물 대신 신용, 공적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돈이다. 차주가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출금을 먼저 은행에 내주고 이후 대출자에게 회수하는 방식이다. 은행으로서는 돈을 떼일 염려 없어 안전한 대출로 평가받는다.
보증대출을 내줄 때 차주의 신용도가 아닌 보증기관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위험가중치가 산정돼 같은 규모의 대출이라도 다른 상품보다 낮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이점도 있다.
은행권은 경기 부진에 따른 리스크가 금융 시장으로 번지며 담보대출 위주로 여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은행권 전체 대출 중 76.88%가 담보·보증 대출인 반면 신용대출은 23.12%에 불과했다. 4분기 연속 하락세다.
향후 은행권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달 20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본격화될 미국 우선주의 안보ㆍ통상 정책 파장과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출 위험도가 높은 위험자산은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고환율도 부담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5.8원 오른 1470.8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종가 기준 1470원대 환율은 지난해 말(1472.5원)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지나치게 보증부대출에 치중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경기 부진으로 보증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면 신용 위험이 보증기관들로 이전될 수 있다. 대출기한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깜깜이 여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증부대출의 대위변제율이 평균 수준을 상회할 경우 보증기관의 자기자본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적기관을 통한 과도한 보증부대출 취급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떨어뜨리고 개인들의 신용관리 유인을 낮춰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대출 실수요자를 외면하고 수익성만 추구한다는 비판도 있다. 신용대출을 줄여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면 대출 실수요자와 취약계층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 등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