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이틀만
與 “여야정협의체서 논의하자”
최상목 재정 투입 필요성 언급 등 영향
‘봄 추경’까지 첩첩산중 관측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보다는 올해 예산 조기 집행이 먼저라던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해 여야정협의체에서 추경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단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이다. 추경 편성을 놓고 입장을 좁히지 못하던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봄 추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지역상품권 예산 1조 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정부·여당이 난색을 표하자 4.1조 원 규모의 민생 예산을 삭감해버렸다”며 이로 인해 △수사기관 특수활동비 △재난 대응 예산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깎였다고 했다. 이어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연고를 바르면 된다는 이재명식 정치가 초래한 현실”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민생에 진심이라면 여야정협의체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올해 1분기 예산을 조기 집행한 뒤에도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면 그때 추경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한국은행이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추경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4분기 성장과 고용이 부진하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는 흐름으로, 미국 신정부의 정책 전환이 점차 구체화되며 대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며 추가 재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아가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1일 “정부가 추경에 대대적인 AI 개발지원 예산을 담아 준다면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추경을 둘렀나 여론전을 이어가는 분위기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이 정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민주당이 요구하는 예산이 별도로 있을 것이고, 우리(국민의힘)가 요구하는 예산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추경이 정치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적 예산이 아니라 민생안정과 취약계층 보호, 경제 활력을 위한 예산 항목에 국한해 논의해서 (추경안을) 확정한 다음 정부로 하여금 추경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추경의 속도를 내는 데도 중요하고 각종 정책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야정의 추경 공감대에 정치권에서는 ‘봄 추경’ 편성에 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경도 2월 중에 처리하자”고 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르면 2월 내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진행 속도에 따라 결론 내리는 것”이라며 “미리 상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정협의체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적이 없다. 막상 추경 논의가 시작되면 조기 대선 가능성을 의식한 정치권이 이해득실에 맞는 항목을 주장하는 등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국정) 협의체든 뭐든 어떤 거라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국민의힘과 정부가 (추경 관련)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