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14일 “(재벌개혁에서) 재벌은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 일가족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과 대주주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이날 재벌개혁 정책 발표후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삼성 깔때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사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기업은 시장참여자의 한 주체일 분”이라고 말했다.
재벌개혁이 글로벌 경쟁력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에 글로벌기업이 삼성전자 말고 몇개나 되나. 별로 안나온다 며 “다각화하면 효율성이 생긴다고 하는 데 사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효율성을 위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가 이처럼 기업과 대주주의 분리를 강조한 것은 안 후보 캠프에서 내놓은 재벌개혁이 자칫 ‘대기업 때리기’로 오인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재벌개혁 정책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우선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한 반면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은 이처럼 재벌기업에는 자율적 개혁을, 재벌총수에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투트랙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안 후보는 재벌개혁 7대과제를 발표하면서 ‘재벌총수의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 방지’와 ‘총수및 임직원의 불법행위 엄정 처벌’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을 통해 재벌총수가 일정금액 이상의 횡령 및 배임을 할 때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형이 선고되도록 했고, 공정거래관련법 위반시 집단소송제 또는 국가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총수의 전횡을 금지하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집중투료제 강화, 연기금 주주권 행사도 도입할 방침이다.
안 후보는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책은 일단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하고 안되면 강력한 후속 제재 조취를 취하는 2단계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하지만 기존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주식처분 권고 등 자발적 해소를 유도한뒤 잘 실행이 되지 않으면 강제 이행방안을 적용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가 제시한 ‘계열분리명령제’는 재벌의 자율적 개혁이 안 될 경우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1단계 재벌개혁 조치 결과가 미흡해 재벌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동행하지 못할 경우 계열분리명령제 등 강력한 구조개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7대 재벌개혁 과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 후보 캠프 전성인 혹익대 교수는 “출총제는 제도가 갖는 정책적 효과보다는 재벌개혁의 상징이나 이념적 표상이 된 느낌이다”며 “우리는 좀더 냉정하게 검토한 결과 긴급히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