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RBSI ‘77’로 3개 분기 연속 ↓
고물가‧고금리 지속, 경제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위축
고금리ㆍ고물가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되면서 올해도 소매시장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체감경기가 지난 3개 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한 것이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며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정책과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소비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유통업계의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유통기업들은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 △비용부담 증가(42.4%) △트럼프 통상정책(31.2%) △시장 경쟁심화(21.0%) 등을 꼽았다.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 응답 업체 10곳 중 8곳(83.0%)은 국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물음에도 응답 업체의 과반수 이상(56.2%)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는 심리다’는 말처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미ㆍ중 무역갈등 심화, 수출 둔화 등 국내외 경제 및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경제활동의 큰 축인 소비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태별로는 모든 업태에 걸쳐 전망치가 떨어진 가운데,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의 하락 폭이 컸고 불황에 강했던 온라인쇼핑, 편의점 업계 전망치도 소폭 내려갔다.
백화점(91→85)은 전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침체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고 대내외적 불확실성까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의 핵심 카테고리인 명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실적 방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대형마트(90→85)도 고전할 것으로 예측됐다. 설 명절 특수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쇼핑과의 치열한 경쟁도 여전해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 역시 어려운 시기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슈퍼마켓(81→76)도 기대감을 낮췄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 접근성이 뛰어나고 신선도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최근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 상승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SSM도 이 여파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쇼핑(76→74)도 전망치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온라인쇼핑업계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경기를 덜 타고, 단가가 높은 명품 카테코리 강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경기침체로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편의점(74→73) 역시 낮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필요한 것을 소량 구매하는 편의점은 경기 변화에 둔감한 편이지만 1분기는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비수기인 데다가 점포 수 증가에 따른 편의점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 인건비 부담이 커진 점도 기대감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최근의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인해 국내 소비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얼어붙고 있는 소비심리를 녹일 수 있는 대규모 할인행사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소비 진작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