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43대 회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취임식을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회무 지휘에 나섰다. 김 회장은 의협 내부로는 결속을 다지고, 외부로는 강경한 대정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식에서 김 회장은 의·정 갈등 장기화 사태 해결 의지를 가장 먼저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계 역사적으로 가장 엄중한 시기에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라며 “전대미문한 의료농단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의협 회원들이 저를 지지해주신 것으로 알겠다”라고 말했다.
그간 의협이 의사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기능하지 못했단 자성론도 제기했다. 김 회장은 “근래 의협의 위상과 권위는 크게 약화했다”라면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정부가 도외시했던 탓도 있지만, 의협 스스로도 제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는 안 된다. 의협이 의사 대표 단체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우리 스스로 위상 권위 스스로 높여야 할 때다”라고 협회 중심의 결속을 독려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전공의 수련과 의대 교육 파행 문제에 대한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더는 시간 끌기식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중단하고 결자해지 태도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후속 조치에 불과한 전공의 대상 수련 및 입영 특례와 이미 실패한 여야 협의체를 제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2025년에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학교육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명확한 방침을 내놓아야 의료계 역시 2026년도 의대 교육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을 향해서는 의협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요청했다. 김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중요한 이 시점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의협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라며 “회원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의협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정책을 먼저 생산하고 아젠다를 선도하는 전문가 단체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민을 향해 “의협과 14만 의사 회원은 국민 건강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최우선 이치로 삼고 모든 국민이 건강과 행복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지키고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시간임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16일 기자간담회와 첫 상임 이사진 회의를 개최한다. 새로운 집행부에는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대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8일 의협회장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유권자 5만1895명 중 2만6895명(51.83%)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60.38%인 1만7007표를 얻어 주수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임기는 의협 대의원회의 불신임으로 물러난 임현택 전 회장의 잔여 임기인 2027년 4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