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ㆍ홍대 AK플라자 등도 잇달아 오픈
고가 피규어에 수집광 4050세대도 관심 폭발
일본 이어 대유행…고퀄리티ㆍ카드결제로 진화
![▲캡슐토이(가챠) 개요 및 서울 시내 주요 가챠삽 성지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05165412_2133383_1200_1229.jpg)
유통가는 지금 '뽑기 전성시대'다. 1980~1990년대 초등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나 보던 100원짜리 뽑기가 이제는 '뽑기(가챠, 캡슐토이)’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나 홍대 등 번화가 뿐만 아니라 용산 아이파크몰과 여의도 더현대서울 등 임대료가 비싼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도 가챠샵이 들어서며 대세가 되고 있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핫플인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여의도 5층. 5일 찾은 이곳에는 '플레이 인더 박스(Play in the Box)'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었다. 소품샵과 네컷사진 등 젊은 층들이 열광하는 다양한 요소를 모아놓았는데, 이곳 함께 설치된 뽑기(가챠) 기기도 상당히 많았다. 1020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기기 앞에 모여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드문드문 3040대 남성들도 뽑기에 한껏 집중한 모습이었다.
가챠(がちゃ)는 캡슐 장난감 기계 손잡이를 돌릴 때 나는 '찰칵찰칵' 소리의 일본식 표현인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에서 유래한 단어다. 과거 문구점 앞 '뽑기'처럼 일정 금액을 넣고 손잡이를 돌려 캡슐 속 장난감을 꺼내는 기계를 말한다. 최근 학교 앞 문구점 등이 점차 사라지면서 일본 여행에서나 이용 가능할 뿐 국내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놀이문화에 속했다. 그러다 최근 수년 전부터 도심 한복판에 대형 가챠샵이 오픈하면서 부활하는 모습이다.
국내 가챠샵의 주 고객층은 1030 여성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층 뿐 아니라 피규어를 수집하는 4050세대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과거 단순한 어린이 장난감에 불과했던 뽑기 상품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피규어로 탈바꿈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퀄리티가 높아진 만큼 뽑기 회당 가격대 역시 최대 1만 원에 육박하는 등 고가에 책정돼 있다. 사실상 소비력이 있는 성인들을 겨냥한 셈이다.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국내 결제 환경 특성을 반영해 카드결제로 이용할 수 있는 기계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을 방문한 여성고객들이 가챠샵(플레이인더박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05103428_2133111_1052_1646.png)
키덜트 문화를 인정하기 시작한 국내 분위기 역시 뽑기 문화 부흥에 일조하고 있다. 한때 키덜트 문화가 철없고 독립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일부 어른들이 즐기는 미성숙한 문화라는 부정적인 성격이 짙었다면 최근에는 긍정적이고 다양한 모습의 키덜트 문화가 등장하고 주류 문화로 자리 잡게 되면서 거리낌 없이 돈을 쓰고 있다. 40대 직장인 성모씨는 "고민하는 고양이 시리즈(9종)를 모으고 있는데 아직 '곤란한 치즈냥'을 뽑지 못해 계속 도전 중"이라며 "개당 4000원인데, 고양이를 좋아하기에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캡슐토이 시장 규모가 구체적으로 파악된 통계는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시장 규모를 4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주요 업체들도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실제 반다이남코 그룹의 한국 법인 반다이남코코리아가 작년 2월 서울 잠실에 '가샤폰 반다이 오피셜 샵 1호점'을 오픈했다. 타카라토미아츠 코리아의 내년 1분기 갸챠 발주액도 1년 전보다 120%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인 대원미디어도 위탁 방식으로 캡슐토이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인구 감소 및 유행 흐름이 엇비슷한 일본 추세를 보면 국내외 성장 가능성은 크다. 일본완구협회가 발표한 2022 회계연도에 따르면 캡슐토이 시장 규모는 1년 만에 35.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캡슐토이 시장 규모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0% 이상 성장해 6억3000만 달러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2020년 1조 원대였던 키덜트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을 거듭해 최대 11조 원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