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09181603_2134577_1000_633.jpg)
대형 건설사들이 부진한 지난해 성적표를 줄줄이 내놨다. 건설 경기 부진과 원가 부담 충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올해도 높은 공사비 등의 악조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 등의 악영향까지 더해질 것이란 점에서 먹구름이 걷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대형 건설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축소됐다.
업계 '큰 형님'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2023년 78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는 1조22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을 뛰어넘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현장에서 높아진 원가를 반영한 게 주요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조24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는데 대부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 플랜트와 사우디 자프라 가스 플랜트에서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별도기준 17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031억 원으로 전년보다 39.2% 감소했다. 진행 현장 수 감소와 지속되는 원가율 상승, 일부 주택현장의 추가 원가 반영 등이 실적을 악화시켰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3년 3306억 원에서 지난해 2709억 원으로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전년보다 3.2% 감소한 1조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건설은 286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2019~2022년 5500억~7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올해도 실적이 크게 좋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매출이라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매출까지 감소해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이 줄면 이익 방어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실적보다 낮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 18조6550억 원보다 2조7550억 원 적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2조6944억 원의 매출을 냈는데 올해는 이보다 2조3000억 원가량 적은 30조3837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대우건설도 지난해보다 2조 원 이상 줄어든 8조4000억 원이 목표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지난해보다 각각 5000억 원 이상, 2600억 원가량 줄어든 수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매출 목표 축소는 앞선 2~3년간 착공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건설사는 착공한 이후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올라가는 데 보통 해당연도를 포함해 3년 치 누적 공사가 반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와 착공, 건설투자, 주택시장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장 공공 발주가 쏟아진다고 해도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에 따른 공사비 부담 가중과 경제 상황 악화 등도 건설업계의 실적 개선을 더욱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