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거래 확대로 브로커리지 이익↑
KB·NH, 실적 개선에도 상대적 부진
![▲서울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etoday.co.kr/pto_db/2025/01/20250126082024_2130886_600_400.jpg)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 기반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소위 '1조 클럽' 증권사가 5개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대형 증권사는 물론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과 투자은행(IB) 사업에 강한 메리츠증권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실적이 개선됐지만 1조 원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63% 늘어난 1조205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조3087억 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1조 클럽에 복귀하는 셈이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매출과 기업금융(IB), 상품운용 부문 등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 개선 추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22% 늘어난 1조1590억 원을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2021년(1억4855억 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미국법인은 세전 이익 945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 클럽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에 이미 누적 영업이익 1조1587억 원 기록했다. 아직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삼성증권을 제치고 증권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직전 년도와 비교하면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조 클럽’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막대한 자금이 풀려 ‘동학개미운동’ 등 증시가 호황을 보여 미래에셋증권이 처음으로 달성한 바 있다. 2021년엔 5곳으로 늘었으나 2022년엔 1곳, 2023년엔 단 한 곳도 달성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때문이다.
올해 1조 클럽을 달성한 증권사들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의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의 경우 키움증권과 토스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사가 벌어들인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상위 4개사에 포함됐다. 이에 지난해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국내 증시를 앞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2602억5153만 달러이며, 매도 금액은 2497억653만 달러에 달한다. 통상 해외주식 수수료율이 국내 주식 대비 약 4배 높다. 그만큼 증권사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일 미친다.
반면, NH투자증권은 2024년 전년 대비 24% 증가한 9011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2021년에 달성한 1조2939억 원을 3년째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리테일 브로커리지 부문과 운용 손익 부문에서 부침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의 2021년 순영업수익과 2024년 순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2021년엔 브로커리지는 6687억 원, 운용 손익 및 관련 이자 수지가 1조236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4년에선 브로커리지가 2021년 대비 2098억 원 줄어든 4589억 원을 기록했다. 서학개미를 잡아두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는 1360억 원 줄어든 8876억 원으로 나타났다.
KB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5% 늘어난 78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실 3분기까지만 해도 7354억 원을 기록해 업계에선 1조 클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이익이 453억 원에 그치면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3분기 영업이익 2388억 원, 순이익 1731억 원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KB증권 측은 채권금리 상승, 국내 주가지수 부진으로 보유 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5% 오른 1조982억 원을 달성했고, 메리츠증권도 같은 기간 1조548억 원을 기록하면서 두 회사 모두 1조 원 이상의 영업실적을 거뒀다. 이에 올해 1조 원을 돌파한 증권사는 총 5개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