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세로 생산 증가 견인...건설투자 중심으로 내수 부진"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04083732_2132549_1199_787.jpg)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하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간한 '경제 동향(2월호)'에서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르고,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경제 동향에서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이다.
KDI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개선됐으나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0.3%→1.4%)은 조업일수 확대와 광공업 개선에도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광공업생산(0.1%→5.3%)은 반도체(13.9%)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부품사 파업 종료 등으로 자동차(-6.7%→2.1%)가 반등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
다만 건설업생산(-12.5%→-8.3%)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재고율(113.6%→101.2%)이 하락하고 평균가동률(71.6%→73.5%)이 상승하는 등 제조업 관련 지표가 전월보다 개선됐다.
KDI는 "반도체의 호조세가 유지되며 생산 증가를 견인했으나 내수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정국 불안 여파가 지속하고 국제 통상환경 악화 우려가 확대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했다"고 평가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정국 불안으로 가계심리가 위축, 소비 부진이 지속했다. 12월 소매판매(-2.2%→-3.3%)는 승용차(-11.5%), 가전제품(-7.5%), 의복(-1.3%), 차량 연료(-5.0%) 등을 중심으로 부진해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0.6% 감소했다.
서비스소비도 주요 업종에서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미약한 흐름을 보였다. 정국 혼란, 여객기 참사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숙박⋅음식점업(-2.8%),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8.7%)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의 생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정국 불안의 영향으로 전월(88.2)에 이어 기준치(100)를 크게 밑도는 91.2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2.7%→13.1%)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계류의 높은 증가세가 유지됐고, 운송장비도 급증하며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건설 기성이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했다. 지난해 12월 건설기성(-12.5%→-8.3%)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한 모습이었다. 최근 주택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나 건설수주 등의 선행지표 개선세는 유지했다.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도 다른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우려스러운 건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시장은 내수 부진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12월 취업자 수는 건설업과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됐고, 일자리정책 종료의 영향도 더해지며 감소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