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철강업계, 연 263만t 쿼터제 철폐 여부 ‘촉각’
전문가 “현지 투자 유도 목적…협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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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조치로, 국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북미 시장은 국내 철강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K-철강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잿빛 전망까지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 3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행정명령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상황 파악을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또한 임원진 긴급회의와 함께 관련 부서마다 이번 조치로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철강기업 한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착수한 상태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면서 “관세 부과로 수출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가 부담은 커지고, 현지에선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서울 철강협회에서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노벨리스코리아 등 철강업계 관계자와 긴급 회의를 열었다. 박 차관보는 “정부는 주미 공관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를 총력 가동해 구체적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의 에코아크 전기로 모습. (사진제공=동국제강)](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0131932_2134851_600_400.jpg)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 비중의 약 10%를 넘어선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제재한 기존 수입 물량 제한(쿼터제)에 더해 추가 규제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3월에도 철강재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중이던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이던 연 263만 톤(t)에 대해서만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장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관세 부과가 쿼터제 축소 또는 폐지로 이어진다면 수출 물량 감소 등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여건상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에 대해선 쿼터 축소나 국가별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미국 내 현지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자동차용 강판 대부분을 현대제철로부터 납품받고 있는데, 현지 생산 공장은 이러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중국이나 멕시코 등을 겨냥해 나온 만큼 우리나라의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단 입장이지만, 2018년과 달리 탄핵 정국으로 대외 협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도 크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엔 무관세 쿼터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세 부과 조치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유리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도 “직접적으로는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교섭을 통해 관세로 인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여건상 외교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수입 쿼터제 당시 우리 기업들이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며 수출 금액 자체가 높아진 측면도 있었다”면서 “현지 진출 기업과 계속 교류하면서 수출처를 발굴하고, 어렵겠지만 중국에 잠식당한 국내 시장을 대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