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수사기관·금융권 대응 제각각
교묘해진 금융 범죄
"개정안 입법·피해구제 적극 나서야"
![(사진= 오픈AI 달리)](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09023809_2134403_1024_1024.jpg)
불법 리딩방 사기 등 금융투자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는데 수사기관과 관계기관 등이 피해자 구제에 제각각으로 대응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비롯한 기관들이 서둘러 통일된 피해자 구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 리딩방 사기 등으로 금융회사에 사기 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신청을 했으나, 이를 거부당한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보고 피해구제를 요청했다. 기존에는 전통적 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 피해자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사기 이용 계좌 출금 정지와 피해금 환급 조치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다양한 금융 범죄 피해자들이 법적 보호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피해자들은 법원 판결대로 구제를 기대했다. 피해 구제가 늦어지자 실망한 일부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금융사마다 대응 방식이 제각각이어도 개정안 입법이 완료되지 않아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치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이 가능한 사례는 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금융사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확대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으로, 관련 업무 지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용역 제공과 재산상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가 없는 경우에 법을 적용하라는 취지”라며 “모든 사건에 확대 적용하라는 건 아니므로 기존 피해 사례를 분석 및 유형화해 어느 경우에 확대 적용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확대와 관련해 자체적인 업무 지침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에는 ‘투자리딩방 사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관련 지시 관련 교육’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또 수사관에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이 가능하면 피해자에게 지급정지 절차를 같이 안내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소관 법률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먼저 해석을 해주는 게 맞다”면서도 “당장 수사관이 피해자에게 피해구제가 안 된다고 단정적으로 안내하면 안 되니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자체적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확대 적용에 관한 업무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2022년 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여파로 기관업무나 인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피해자 구제 대응이 제각각이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불법 리딩방 및 가상자산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개정안 입법과 피해자 구제 방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불법 주식 투자 유도 특별 단속을 진행한 결과 피해 건수는 2517건, 피해액은 2371억 원에 달했다.
한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12월 6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 발의문에는 “최근 기존 보이스피싱보다 지능화된 수법을 활용한 '투자자문을 가장한 사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불법 리딩방을 통한 사기행위 역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해 일어나므로, 현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정의 규정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적혔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