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고평가 우려 속 빅테크 실적에 부담
트럼프 관세 정책도 악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어진 달러 강세가 빅테크의 실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지난해 9월 저점 대비 7% 가까이 올라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 연기하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2년래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두 외환 전략가는 “예상치 못한 달러 강세가 기업들의 실적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의 달러화 표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관세 충격으로 당시 달러화 가치가 10% 치솟았는데, 그 해에 S&P500지수는 20% 가까이 떨어졌고, 기업들의 매출도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40%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환율 우려를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6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실적 전망은 환율로 인해 이례적인 큰 악영향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자문업체 로즈 어드바이저스의 패트릭 프루제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관세 관련 문제가 사라진다고 해도 달러화 강세 자체는 빅테크의 사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는 올해 지속할 것이라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US뱅코프의 폴라 커밍스 FX세일즈 대표는 “달러화 가치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이는 2025년 내내 지속될 것이란 폭넓은 컨센서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가뜩이나 밸류에이션이 높은 빅테크 주식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7개 대형 기술주를 지칭하는 ‘매그니피센트7(M7)’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말의 20배 대비 크게 오른 것이며 S&P500지수의 22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S&P500지수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M7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레타가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고, 엔비디아와 애플이 각각 약 16%에 달한다. 스트레타가스의 라이언 그라빈스키 투자전략 부문 이사는 “기업 실적 측면에서 볼 때 대중국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가장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