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원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에서 열린 ‘2025년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600/20250210115758_2134816_1200_913.jpg)
“뇌전증은 어느 인종, 연령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우리가 모두 뇌전증을 잘 이해하고,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아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에서 ‘2025년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전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하며,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뇌전증의 날은 매년 2월 두 번째 월요일로, 2015년부터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이 주도해 한국을 포함한 140개 국가 의료진과 환자들이 기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대원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환자들을 향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 인자 없이 만성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환자가 있으며 매년 10만 명당 20~7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어느 시기에도 발병할 수 있다.
의학계가 추정하는 뇌전증의 원인은 △유전적 원인 △구조적 원인 △대사적 원인 △감염성 원인 △면역성 원인 △기타 원인 등이다. 다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갑작스러운 발작은 뇌전증의 대표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뇌전증이 아닌 실신이나 운동장애, 일부 수면장애를 뇌전증으로 오해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정신성 비뇌전증 발작도 전신경련, 사지떨림을 유발해 뇌전증 발작으로 오인하기 쉽다.
한선정 원광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불필요한 항경련제 사용을 피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환자, 보호자, 발작의 목격자로부터 자세한 병력과 증상을 청취해야 하며, CCTV나 핸드폰 동영상을 남겨 의사에게 보여주면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뇌전증 치료는 항경련제가 사용되며 신약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엑스코프리, 브리비액트, 핀테플라 등의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약제는 모두 국내 도입되지 않았다. 응급처치약제인 비강, 직장 투약 스프레이 형태의 신약도 개발됐지만, 이 역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재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선진국으로 꼽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약가를 책정할 때 참고하는 ‘약가 참조국’이다”라며 “한국이 약을 최저가로 도입하려는 기조가 있어서 제약사들의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뇌전증 환자들도 안전에 유의하며 다양한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지현 이화의대 신경과 교수는 “운전면허는 1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취득할 수 있으며, 뇌전증은 유전되지 않으므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경련이 잘 조절되면 대부분의 운동에 제한이 없으며, 경련 빈도와 양상, 인지기능, 약의 부작용, 보호감독 여부에 의해 각 환자마다 적합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뇌전증 환자의 안전한 일상 유지에 필요하다.
변정혜 고려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발작하는 뇌전증 환자를 만나면, 발작이 끝날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환자 주변에서 뾰족한 물건이나 뜨거운 물건을 치우고,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눕혀 머리를 부드러운 물건으로 받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에 물이나 약을 넣으려고 하거나, 환자의 몸을 강하게 붙잡고 주무르는 것은 위험하므로 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